영국 여성 스포츠 선수 25% 이상 "온라인에서 성적 희롱 경험" 03.26 13:00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영국 여성 스포츠 선수 25% 이상이 온라인상에서 성희롱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BBC가 26일(한국시간) 발표한 2024 엘리트 영국 여성 스포츠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 이상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방을 경험했고, 25% 이상은 성희롱을 당했다는 것이다.
BBC는 2013년, 2015년, 2020년에 이어 네 번째 영국 여성 스포츠인 조사를 시행했고, 이번 조사는 영국 16세 이상 성인 국가대표 또는 해당 종목 최고 수준에서 경기하는 여자 선수 615명을 대상을 이뤄졌다.
조사는 익명으로 진행됐으며 615명 가운데 응답자 수는 143명이었다.
BBC는 "메달을 딴 후 성희롱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는 답변이 있었고, "나체 사진을 보내라는 요구나 성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 후원 제안 등을 받았다"는 응답도 있었다고 밝혔다.
BBC의 2015년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15% 정도가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방을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2020년 조사에서 30% 정도로 크게 늘었다.
또 이번 조사 응답자의 75% 정도는 스포츠 내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한 응답자는 시상식장에서 시상자로부터 '최고의 엉덩이를 가진 사람에게 주는 상'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때는 빨리 시상대에서 내려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조사에서는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경제적인 문제로 운동을 그만두는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75% 이상이 스포츠를 통해 버는 연간 수입이 3만 파운드(약 5천만원) 미만이라고 답했으며 응답자 40%는 1만 파운드 미만이라는 것이다.
여성 스포츠 선수 40% 이상이 영국 최저 임금 기준(23세 이상·주 35시간 근무)인 연봉 1만8천964 파운드 미만을 벌고 있는 셈이다.
여러 응답자는 경제적인 이유로 운동 이외 추가 근무를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응답자는 "여성 스포츠의 위상이 높아진다고 하지만 군소 종목의 경우 세계 톱10 성적을 내더라도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밝혔다.
임신과 관련해서도 여성 스포츠 선수들의 어려움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33% 이상은 "선수 경력에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임신 계획을 미뤘다"고 밝혔고, 응답자 중 6명은 낙태 경험이 있다고 공개했다.
또 응답자의 67% 정도는 소속 팀이나 협회의 육아 휴직 정책에 대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미디어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75%가 "언론이 여성 스포츠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고 답했으나 또 90% 정도의 응답자는 "최근 5년 사이 미디어의 여성 스포츠 비중이 높아졌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