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태하드라마' 주역 정재희 "목표는 오로지 '다치지 않기&… 2024.04.21 12:00
지난해 부상 불운 딛고 시즌 초반 맹활약…"은퇴 위기감도 있었죠"
(포항=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2024시즌 초반 프로축구 K리그1에선 포항 스틸러스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K리그1 2위와 대한축구협회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지휘했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난 것을 비롯해 선수단이 큰 변화를 겪었음에도 K리그1 사령탑으로 데뷔한 박태하 감독의 지휘 아래 8라운드까지 5승 2무 1패로 선두(승점 17)를 달리고 있다.
포항은 이번 시즌 울산 HD(16골)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골을 넣었다.
이 중 11골이 후반에 나올 정도로 강력한 뒷심을 뽐내 사령탑의 이름을 딴 '태하 드라마'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그 중심엔 2선 공격수 정재희(29)가 있다.
정재희는 이번 시즌 리그 6경기에 출전해 4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포항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특히 4골을 모두 후반 교체 투입된 뒤 추가 시간에 터뜨려 '태하 드라마'에 극적 요소를 더하고 있다.
20일 김천 상무와의 8라운드 경기(0-0 무승부)를 마치고 포항스틸야드에서 만난 정재희는 "운이 많이 따르고 있다. 제가 뭘 잘해서라기보다는 좋은 기회가 제게 왔고, 골이 들어간 것"이라며 "초반 경기력으로 자신감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팀에 대해선 "선수들끼리 잘 지내고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감독님이 틀을 잘 잡아주시고 선수들끼리도 그 틀 안에서 똘똘 뭉쳐서 해보자는 의지가 크다"면서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 선전 원동력인 것 같다"고 짚었다.
정재희의 맹활약에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는 건 그가 지난해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한 뒤 이번 시즌 펄펄 날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초반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 부상으로 이탈해 6개월가량을 비웠고, 10월 복귀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햄스트링을 다쳐 공백이 이어졌다. 2023시즌 리그 출전이 7경기에 그쳤다.
이 때문에 그의 새 시즌 준비는 오로지 '부상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정재희는 "프로 생활을 하며 매년 30경기 안팎을 뛰었다. 저는 안 다칠 줄 알았는데 작년에 그렇게 다치고 나니 '이러다가 은퇴하는 것 아닌가'하는 위기감이 들더라"면서 "그래서 더 신경 쓰고 있고,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예민해져 치료실을 찾는다"고 털어놨다.
이번 시즌 3라운드부터 나섰고 교체 출전 빈도가 높은데도 이미 K리그1에서 가장 많은 공격 포인트를 남긴 2022년(7골 3도움)의 절반을 쌓은 그는 욕심을 부려볼 법한데도 줄곧 신중했다.
그는 "그라운드에 서면 골 욕심이 나고 공격 포인트도 많이 할수록 좋겠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무리하게 되고 또 부상이 생길 수 있어서 최대한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출전 시간에 대해서도 "제가 잘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나지 않을까. 전적으로 감독님이 판단해주실 부분"이라면서 "부상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한 걸 아셔서인지 감독님은 특별한 요구를 하시지 않고 '편하게 하라'고만 해주신다"고 전했다.
이어 정재희는 "우선 부상 없이 최대한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그렇게 잘 되고 있으니 계속하다 보면 결과도 따라오리라 믿는다"고 강조하며 "팀의 목표도 지금은 우승이나 특정 순위가 아니라, 먼저 한 경기씩 이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