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 봉쇄'의 도미노…트리플 포스트 위력도 사라진 DB 2024.04.16 16:00
통합우승 노리는 프로농구 DB, KCC에 4강 PO 1차전 패배
알바노는 에피스톨라에게 막혀…강상재는 송교창과 매치업서 완패
(원주=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5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CC 전창진 감독(왼쪽)과 DB 김주성 감독이 선수들에게 코치하고 있다. 2024.4.1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최우수선수(MVP)도, 트리플 포스트도 무용지물이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1위 원주 DB의 통합우승 도전에 먹구름이 꼈다.
DB는 15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1차전 홈 경기에서 부산 KCC에 83-95로 졌다.
4강 PO 1차전 승리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 확률 78.8%를 KCC에 내줬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5승 1패로 KCC를 압도했던 터라 더욱 뼈아프다.
DB는 리바운드, 필드골 성공률 등 각종 지표에서 KCC에 확연히 밀렸다.
리바운드는 24개에 그치며 KCC(42개)에 18개나 뒤졌다.
KCC에서는 라건아가 홀로 19리바운드를 따냈지만, DB 선수단에서는 디드릭 로슨의 6개가 최다였다.
필드골 성공률(44% 대 55%)도 아쉬웠다.
특히 1쿼터 필드골 성공률은 33%로 처참한 수준이었다.
김주성 DB 감독이 "첫 5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지만, 완전히 기세에서 밀린 DB는 경기 내내 KCC에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에서 국내선수 MVP에 선정된 원주 DB 이선 알바노가 트로피에 입을 맞추며 기념 촬영하던 중 웃음 짓고 있다. 2024.4.1 [email protected]
박스 스코어만 봐서는 덜 부각되는, 국내 선수 최우수선수(MVP) 이선 알바노가 봉쇄당한 영향이 컸다.
올 시즌 정규리그 5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평균 15.9점 6.6어시스트 3.0리바운드의 성적을 낸 알바노는 아시아쿼터 선수로서 국내 선수 MVP를 차지했다.
4강 PO 1차전에서도 12점 3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나쁘지는 않은' 기록을 남긴 것 같지만, 실제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았다.
알바노는 3쿼터까지 단 4점에 그쳤다.
경기 내내 KCC의 캘빈 제프리 에피스톨라에게 철저히 봉쇄당한 탓이다.
지치지 않고 따라 붙는 거머리같은 수비에 알바노는 흔들렸고, 심판의 파울 콜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알바노는 20점 차로 벌어진 채 들어선 마지막 쿼터에서 8점 3어시스트 3스틸을 적립했다.
이미 승부의 추가 KCC 쪽으로 기운 상황이었다.
돌격대장 알바노가 막힌 여파는 컸다.
시즌 내내 DB가 자랑한 로슨-강상재-김종규로 구성된 '트리플 포스트'의 공격력이 사라졌다.
에피스톨라가 알바노를 전담 마크하면서, 시즌 중 알바노를 막았던 송교창이 트리플 포스트의 한 기둥인 강상재를 상대한 것이다.
알바노에게 단 3표 차로 밀린 'MVP급' 강상재는 2020-2021시즌 MVP 송교창과의 매치업에서 완패했다.
36분 10초를 뛰는 동안 8점 5리바운드를 남긴 게 전부였다.
3점슛 3방을 포함해 22점 7리바운드로 펄펄 난 송교창과 극명하게 대비됐다.
스피드를 앞세운 송교창이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강상재를 줄기차게 따라 다니며 괴롭혔고 여기에 최준용도 가세하자 강상재는 전투력을 잃었다.
(원주=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15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DB와 KCC 경기에서 KCC 송교창이 슛을 시도하고 있다. 2024.4.15 [email protected]
김주성 DB 감독 역시 에피스톨라에게 묶인 알바노, 이로 인한 강상재의 득점력 저하를 패인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알바노가 에피스톨라에게 잡히면서 공격을 잘 풀어가지 못했다. 팀 전체가 다운됐고, 공격 활로가 막혔다"며 "강상재는 팀 영향을 받는 선수인데, 그러다 보니 강상재도 텐션이 떨어진 것 같다"고 짚었다.
강상재가 막힌 여파는 트리플 포스트의 또 다른 한 축 김종규에게까지 이어졌고, 김종규 역시 이날 단 2점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트리플 포스트의 핵심인 로슨은 27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유일하게 제 역할을 다했으나 경기 내내 KCC의 협력 수비에 시달려야 했고 결국 승패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4쿼터엔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뒤 "디펜스에서 원하는 대로 잘 됐다. 약속된 수비에 대한 움직임이 좋았다"고 자평했다.
에피스톨라가 알바노를, 송교창이 강상재를 수비하는 KCC의 작전에 말려든 DB로서는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