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돌고 돌아 메이저 우승컵에 첫 키스… "세상 다 가진 기분" 01.25 22:00
매디슨 키스, 1위 사발렌카 잡고 호주오픈 우승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7년 4개월 만에 오른 메이저 테니스 대회 결승전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매디슨 키스(29·미국)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키스는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1위인 사발렌카(벨라루스)를 2-1로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키스는 우승이 확정되자 얼굴을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한동안 뜨겁게 울었다.
우승자 인터뷰 시간이 돼서야 눈물을 그친 그는 "또 울 것 같으니 조금 참아달라. 눈물 없이는 이 상황을 이겨낼 방법이 없다. 미리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키스는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정말 긴 시간을 기다려왔다.
29세인 키스는 불과 3주 뒤면 서른이 되는 '노장'이다.
10대 초반에 프로에 입문, 인생의 절반 이상을 프로 테니스 선수로 살아왔다.
178㎝의 키와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샷을 확실한 주무기로 삼은 그는 꾸준히 톱클래스 선수로 활약했다.
한때 세계랭킹 7위까지 올랐고, 이번 대회 전까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이상 레벨의 대회에서 9차례나 우승했다.
그러나 상승세를 '오래' 지속하는 법은 몰랐다. 연승을 이어가다가도 스스로 흔들려 패하곤 했다.
7전 전승을 이뤄내야 우승할 수 있는 메이저 대회에서 키스가 그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이유였다.
2017년 US오픈에선 생애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신예 슬론 스티븐스(미국)에게 패해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고, 이후로는 메이저 대회 결승에 좀처럼 오르지 못했다.
"스티븐스와의 결승전을 그동안 끝도 없이 돌이켜봤다"며 준우승의 아쉬움을 숨기지 않던 키스는 7년 4개월 만에 다시 오른 메이저 결승전에서 기어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오픈 시대(1968년 이후) 들어 메이저 대회 첫 결승 무대에 오른 뒤 두 번째 결승 무대에 오르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린 선수는 키스뿐이다.
이 외에도 여러 기록을 작성한 키스다.
키스는 2014년 대회에서 리나(당시 31세·중국)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나이에 호주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선수가 됐다.
또 2009년 프랑스오픈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 이후 약 16년 만에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세계 랭킹 1, 2위를 모두 꺾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키스는 앞서 준결승에서 세계 2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를 물리쳤다.
키스는 "정말 오래 이 순간을 기다렸다"면서 "전에 오른 메이저 대회 결승에선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시 결승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제나 날 믿어준 우리 팀에 고맙다. 자신을 믿고 이 꿈을 향해 달려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