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 '반칙패'에 中네티즌 와글와글…바뀐 규칙 놓고 갑론을박 3시간전
中바둑협회 "경기前 주의 당부…현장서 이의제기했지만 판정 유지"
(서울=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변상일(오른쪽)과 중국 커제가 대국을 펼치고 있다.
이날 대국에서 변상일은 두 차례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규칙을 위반한 커제에게 반칙승을 거두었다.
이번 LG배 우승자는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최종 3국에서 결정된다. 2025.1.22 [한국기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전에서 중국 바둑선수 커제 9단이 새로 바뀐 경기 규칙을 위반해 반칙패를 당하자 중국 온라인에서는 새 규칙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중국 바둑계 간판스타 커제의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위반으로 인한 패배 소식으로 여론이 들끓자 중국바둑협회는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판정이 유지됐다"는 내용을 포함한 성명을 발표했다.
23일 중국 현지 매체 베이징바오 등에 따르면 중국바둑협회는 지난 22일 밤 소셜미디어(SNS) 위챗 계정을 통해 '제29회 LG배 결승 2국에 관한 설명'을 발표했다.
협회 측은 "22일 한국 서울에서 열린 LG배 결승 2국 반칙패와 관련해 중국 바둑 대표단은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했다"면서 "사석 배치의 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판정이 너무 과도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커제는 지난 22일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변상일 9단과의 결승 3번기 2국에서 '사석 관리' 규칙을 위반해 반칙패를 당했다.
커제는 두 번 연속 사석을 사석 통에 넣지 않아 경고 2회가 누적됐고, 심판은 반칙패를 선언했다. 변상일은 커제를 상대로 7전 전패를 당하다 첫 승리를 거뒀다.
협회는 또 "중국바둑협회 지도부는 한국기원 책임자와 오랜 시간 소통했으나 최종적으로 한국기원 심판위원회는 규칙에 따라 판정을 유지하기로 했다"며 "결승 참가 전 한국 측은 바뀐 규칙을 중국 대표단에 알려줬고, 우리는 경기 전에 중국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2국 종료 후 우리는 중국 바둑팀에게 전화를 걸어 커제가 부담을 내려놓고 내일(23일) 다시 불리한 영향을 받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微博·중국판 엑스) 등 소셜미디어에서 "이런 패배는 바둑 역사 4천년 사상 처음일 것", "커제가 어긴 규칙은 경기 진행 실력 자체와는 상관 없는 규칙이었다"라는 등의 날선 반응을 보였다.
또 한국이 불리한 규칙을 고집하고 있다거나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는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나왔다.
일부 네티즌들은 "아무리 그래도 정해진 규칙은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웨이보를 운영하는 '시나'의 한 웨이보 계정은 커제의 반칙패 판정이 합당한지를 묻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1만여명의 중국 네티즌이 '받아들일 수 없다', '규칙은 규칙이다', '관심없다', 기타 의견' 중 의견을 고르는 설문에 참여했는데, 80% 이상의 응답자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과 달리 중국 바둑 규칙에서는 사석이 의미가 없으며 중국 바둑은 사석과 관계없이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으로 집을 계산한다.
따라서 중국 선수들은 평소 사석을 바둑판 근처 아무 곳에 던져 놓거나 손에 쥐고 대국하는 경우도 있다.
커제의 반칙패로 1승 1패가 된 이번 LG배 우승자는 23일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최종 3국에서 가려지게 됐다.
한편, 커제 9단은 과거 51개월 연속 중국 바둑랭킹 1위를 달성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는 이세돌 9단과 대국하는 모습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알파고와의 대결에도 나섰으나 커제가 패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