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양해영 회장 "학생야구 최고 목표는 공정성과 부상 없는 성장" 4시간전
KBO 사무총장서 아마추어협회 수장 오른 야구행정 전문가
"KBO와 연령별 전력 분석, 유소년 육성, 박물관 함께해야"
"아마야구는 비인기종목…'키다리 아저씨' 나오면 떠난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학생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부의 공정성과 부상 없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원칙을 최우선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제25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하 협회) 수장에 오른 양해영(63) 회장은 야구행정 전문가다.
1988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입사해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사무총장을 맡아 프로야구 행정을 총괄했다.
KBO를 떠난 후 협회 실무 부회장을 맡은 그는 지난 8년 동안 학생야구 등을 챙기다가 마침내 수장에 오르게 됐다.
회장 당선 다음 날인 16일에 만난 양해영 회장은 "최대한 공정성을 확보해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부상 없이 건강하게 성장시켜 프로야구 등 성인 야구로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 등 협회 운영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양 회장은 "프로야구와 달리 아마추어 야구는 비인기 종목"이라며 "양궁이나 핸드볼처럼 '키다리 아저씨'가 나오면 임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리를 양보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양해영 신임 협회 회장과 일문일답.
-- 유소년을 비롯해 한국 아마야구를 총괄하는 수장에 오른 소감은.
▲ 8년 전 KBO를 떠난 뒤 협회 요청으로 잠시 봉사한다고 부회장을 맡았다가 이번에 전임 회장의 권유로 단독 출마해 회장까지 오르게 됐다.
그동안 줄곧 실무 부회장으로 협회 일을 했기에 별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걱정도 많다.
-- 이번 선거에 단독 출마해서 회장으로 당선됐는데.
▲ 전임 회장이 협회 재정 등에 많은 도움을 줬는데 개인 사정으로 연임하지 못하면서 나에게 출마를 권유했다. 큰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협회를 좀 더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겠다. 아마야구가 꾸준히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기본 목표다.
-- 향후 협회를 이끌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목표는 무엇인가.
▲ 학생 야구는 경기에 공정성을 확보하고 자라나는 선수들을 부상 없이 성장시켜 건강하게 프로로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회는 예산 문제로 전임 심판을 두지 못하지만,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을 KBO보다 한 해 이른 2023년부터 시행했다. 비디오판독 등도 중계방송 화면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진해 판정 문제를 없애는 데 주력할 것이다.
--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 고교 선수의 경우 투구 수에 따라 등판 일정을 제한하고 있다. 투구 수가 제한되면서 특정 투수 한 명에게 의존하던 팀들이 다른 선수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면서 여러 투수가 발굴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수들은 1루와 홈플레이트에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아예 금지했다.
부상 방지 방안은 앞으로도 계속 연구 검토할 것이다.
-- 현재 협회의 가장 시급한 현안은 무엇인가.
▲ 초등학교와 리틀야구 선수 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이다 보니 선수가 없어 해체되는 팀도 나오고 있다.
무조건 학교별로 시합에 출전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별로 다른 팀과 연합 팀을 구성해 시합하는 방안 등 다양한 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
-- 협회 예산 조달에는 어려움이 없나.
▲ 사실 가장 힘든 부분이 예산이다. 프로야구는 인기 스포츠이지만 아마야구는 비인기 종목이다. 현재로선 기존 스폰서들을 유지하면서 신규 스폰서도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양궁이나 핸드볼처럼 '키다리 아저씨'가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분이 나선다면 나는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고 떠날 것이다. 4년 임기에 얽매일 생각은 없다.
-- KBO의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데.
▲ KBO의 연간 지원금이 12억원인데 8년 동안 한 푼도 오르지 않았다.
관중과 인기를 프로가 다 가져가다 보니 우리는 탁구나 배드민턴처럼 동호인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여의찮다.
프로에서 지원을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 KBO와는 여러 방면에서 협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 예산뿐만 아니라 경기력 향상 방안, 유소년 야구 육성, 야구박물관 건립 등도 공유하면 양측 모두 훨씬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프로와 아마가 경기력 향상을 어떻게 도모할 수 있나.
▲ 협회는 12세부터 15세, 18세, 23세 등 각종 연령별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한다.
이들이 성장해서 각 나라 대표선수가 되는데 나중에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에서 우리나라와 경쟁하게 된다.
연령별 국제대회부터 국내 구단 스카우트나 전력 분석 요원들을 파견해준다면 상대 선수들의 성장 과정부터 장단점을 파악하는 등 각종 데이터를 확보해 KBO와 같이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 야구박물관은 KBO 주도로 내년 부산 기장군에 건립되는데.
▲ 프로야구와 아마야구는 한뿌리다. 야구박물관도 아마야구와 같이 해야 한다. 한국야구 태동기부터 프로야구가 탄생하기 이전 자료는 대부분 협회가 보유하고 있다.
-- KBO와 함께 할 수 있는 유소년 육성 방안은 무엇인가.
▲ 최근 KBO가 티볼 보급에 주력하는데 협회와 함께하면 더 효율이 높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적극 장려하는 베이스볼5(손야구)부터 시작해 티볼, 연식야구, 경식야구 등으로 체계적으로 성장하는 프로그램을 KBO와 함께 운영하기를 기대한다. 베이스볼5를 시작한 여자 선수들은 소프트볼 국제 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KBO와 함께 할 일이 무척 많은 것 같다.
▲ 양측이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많은 것을 논의하고 협의했으면 좋겠다. 허구연 KBO 총재께도 많은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드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