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사령탑 불발되고 전북 지휘봉 잡은 포옛 '한국행은 운명'(종합) 2024.12.30 17:00
다음 시즌 K리그 우승 약속은 안 해…"6월 되면 알 수 있을 것"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 신임 감독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전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그렇다. 난 가끔 운명을 믿는다."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을 맡지는 못했으나 프로축구 전북 현대 사령탑에 오르며 결국 한국에 오게 된 거스 포옛(57) 감독은 이를 '운명'이라고 규정했다.
3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의 제9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포옛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포옛 감독은 홍명보 감독이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유력하게 거론된 외국인 후보였던 거로 드러나 한국 팬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적극적으로 면접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축구협회의 선택을 받지 못했던 그는 불과 반년 뒤 전북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포옛 감독은 '결국 한국에 오게 된 것이 운명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난 가끔 운명을 믿는다. 모든 일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북에서 즐겁게 생활하겠다. 열심히 일하겠다. 벌써 행복하다"고 힘줘 말했다.
포옛 감독에겐 '난파된 거함' 전북의 재건과 챔피언으로의 복귀를 지휘해야 하는 중책이 맡겨졌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 신임 감독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코치진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K리그1 최다 9회 우승에 빛나는 전북은 지난 시즌 끝없는 부진 끝에 정규리그를 10위로 마쳐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몰리는 망신을 당한 끝에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전북은 김두현 감독과 결별했다. 이어 지난 24일 포옛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덜랜드, 스페인 라리가 레알 베티스, 프랑스 리그1 보르도 등을 지휘한 포옛 감독은 이름값과 경력에서 K리그 역대 최고 수준의 외국인 사령탑이어서 그와 전북을 향한 기대감은 매우 크다.
팬들은 그가 당장 다음 시즌 전북에 우승 트로피를 안겨주길 바란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당장 우승을 목표로 설정하는 것에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이 보여주고픈 축구의 성격은 미사여구 없이 큰 틀에서 '공격적인 축구'가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K리그의 많은 지도자는 새 팀을 맡으면 그곳에서 '어떤 축구'를 해 보이겠다고 뚜렷하게 제시하곤 한다. 물론 그대로 지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겨울 전지훈련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공격 축구를 만들어 나갈 것인가를 묻는 말에 포옛 감독은 "처음 초점을 맞출 부분은 서로에 대해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라면서 "서로 이해해야 전술을 짜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내년 목표는 순위를 '드라마틱'하게 높이는 것"이라면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고,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우승하면 좋겠지만, 내년 6월이 되면 구체적인 목표가 뭐가 될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참석자들은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포옛 감독과의 일문일답.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 신임 감독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포부를 밝히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 전북 부임 소감은.
▲ 먼저 어제 항공기 추락 사고의 희생자들께 조의를 표한다. 전북이라는 큰 구단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선수들, 팬들을 어서 만나보고 싶다.
-- 협상 과정에서 전북이 어떤 비전을 제시했나. 어떤 부분이 선택에 최종적으로,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나.
▲ 마이클 김 디렉터와 얘기를 나눴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다. 전북이라는 구단이 어떤 수준의 클럽인지 파악했고, 여기가 내 자리라고 느꼈다. 잉글랜드 등지에서 더 큰 구단도 경험해봤지만, 이것 역시 큰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 전해 듣기로는 인터뷰하는 시점에 전북이라는 클럽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고 들었다. 현재 전북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 역사, 우승 경험, 팬들이 전북의 장점이다. 난 부정적인 면을 많이 언급하는 사람이 아니다. 전북의 단점은 다 잊고 오늘부터 '영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 신임 감독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 올해 전북이 축구를 참 못해서 팬들이 많이 지쳤다. 어떤 축구를 하고 싶나.
▲ 다음 시즌에는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 전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구단이다. 팬들도 경기장에 와서 많이 즐기길 바란다.
-- 공격적인 축구를 하겠다고 했는데, 전지훈련에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훈련을 진행할 예정인가.
▲ 처음 초점을 맞출 부분은 서로에 대해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다. 서로 이해해야 전술을 짜고 그에 맞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선수들을 빠르게 파악해야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공을 점유하고, 어려운 상황이 오면 강하게 대처하고, 90분 동안 뛰는 체력을 만들어 그라운드에 나갈 수 있게 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배움과 습득이 우선이다.
-- 한국 축구계는 외국인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트렌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어떤 축구를 보여주고 싶은가.
▲ 자신에 대해 직접 설명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축구의 기본은 늘 같다. 배우기만 하려고 여기 온 건 아니다. 뭘 해야 할지, 뭘 보여줘야 할지 알고 있다. 선수들을 도와 이기는 것이다. 다만, (내가 보여줄 축구를) 선수들을 만나기 전에 공개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난 책임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난 준비가 됐다. 보여주겠다.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 신임 감독(왼쪽)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도현 단장으로부터 유니폼을 선물 받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 올해 전북이 수비에서 많이 힘들어했다. 수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
▲ (질문한 기자를 향해) 상대 팀을 위해 일하나? 그걸 물어보다니!(웃음) 지금 너무 많은 걸 말할 수는 없다. 축구는 복잡하면서, 동시에 간단하다. 난 볼 점유, 공격, 압박, 수비 등 모든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더 많은 부분은 이 시점엔 밝히기 어렵다.
-- 기성용(서울)을 선덜랜드에서 지도한 경험이 있다. 기성용으로부터 한국에 대해 어떤 얘기를 들었나.
▲ 기성용 선수와 좋은 관계를 맺었다. 10년 전 함께했던 일들도 계속 얘기를 나눴다. 다음 시즌에 상대로 만날 텐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기성용이 K리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줬다.
-- 김진수에 이어 문선민도 서울로 이적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구단과 상의가 된 건가.
▲ 선수 개인에 대해 많이 말하고 싶다. (그들 외에도) 우리 팀에는 중요한 선수가 많이 있다.
-- 임기 내 목표, 성적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 달라.
▲ 내년 목표는 순위를 '드라마틱'하게 높이는 것이다. 많은 변화가 필요하고,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우승하면 좋겠지만, 내년 6월이 되면 구체적인 목표가 뭐가 될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다양한 리그에서 지도자 생활했는데 한국이란 나라에 처음 와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 게 어렵지는 않을까.
▲ 전에 한국에 와본 적 있다. 난 다양한 나라에서 많은 경험을 했기에, 새로운 문화를 이해할 능력이 있다. 한국에서 최대한 작은 것부터 배우기를 희망한다. 기본적인 것부터 배우면서 적응해 나가겠다. 정조국 코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가 한국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지도자다. (프랑스에서 뛴 경험이 있는) 정조국 코치와는 불어로 소통하려고 했으나 영어로 하는 걸로 결정했다.(웃음)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거스 포옛 전북현대모터스 신임 감독이 3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 전주월드컵경기장 보고 어떤 느낌 받았나. 팬들이 실망감이 큰데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은.
▲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아주 멋진 경기장이다. 이곳에서 이기고, 경기력을 통해 보여드리겠다. 전북의 역사를 다시 만들고 싶다.
-- 빅리그 클럽을 지도한 경험이 있는데, 혹시 유럽에서 데려오고 싶은 외국인 선수가 있나.
▲ 코치진은 늘 좋은 선수를 원한다. 그러나 난 전북의 장기적인 방침을 알고 있기에 지금 그쪽에 집중할 때가 아니다.
-- K리그에 대해 알아보고 왔을 텐데 어떤 인상을 받았나.
▲ 기술적으로 굉장히 뛰어나다. 공격적인 걸 선호한다. 그래서 득점 찬스가 많이 나온다. 전북은 지난 시즌 최고 레벨에서 플레이하지는 못했다. 분석해서, 소통해서, 최대한 노력해서, 다음 시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구단이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게임 모델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를 선수들에게 이해시키는 것, 그걸 경기장에서 펼쳐 보이게 하는 것, 최대한의 경기력을 끌어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지난여름에 한국 대표팀 감독 후보군에 올랐다. 이후 전북으로부터 제의가 왔을 때 한국행이 운명이라는 느낌을 받았나.
▲ 난 가끔 운명을 믿는다. 모든 일엔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북에서 즐겁게 생활하겠다. 열심히 일하겠다. 벌써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