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인' 위성우 감독 "우승 욕심보다 여자농구 걱정이 앞서" 04.07 10:00
2023-2024시즌 챔피언전 '열세' 전망 뒤집고 통산 12번째 우승
2쿼터 16점 뒤지던 3차전 고비였지만, 하프타임에 '야, 이거 밀자'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4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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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별명은 '위대인'이다.
감독 데뷔 시즌이던 2012-2013시즌 우리은행을 꼴찌에서 1위로 올려놓은 것을 시작으로 리그 6연패를 달성했고,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정규리그 300승, 챔피언결정전 우승 8회 등 이룬 업적이 워낙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그래서 '위대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위성우 감독의 '성'(姓)에서 착안한 '위대인'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2023-2024시즌 챔피언결정전은 위성우 감독의 '위대함'이 또 빛난 승부였다.
시작 전만 해도 모든 전문가가 박지수를 앞세운 정규리그 1위 청주 KB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이를 보기 좋게 뒤엎으며 3승 1패로 정상에 오른 것이다.
이 결과로 우리은행은 통산 12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 국내 4대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최다 우승 기록을 세웠다.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와 KIA 타이거즈가 합쳐서 11번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것이 우리은행 다음 기록이다.
(아산=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농구단이 30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KB스타즈를 꺾고 우승했다. 선수들이 위성우 감독 헹가래를 치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4.3.30 [email protected]
우승이라면 지겨울 정도로 해본 위 감독이지만 4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연합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이 제일 기억에 남는 우승"이라고 말했다.
위 감독은 "2012-2013시즌 첫 우승도 빼놓을 수 없는데, 그때는 뭣도 모르고 한 우승이었지만 힘들고 감동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가장 기쁜 우승인 것 같다"고 비교했다.
2년 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KB를 만났으나 당시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0-3 패배를 당한 위 감독은 "올해도 그렇게 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컸다"고 털어놨다.
위 감독은 "주위에서 '올해도 0-3으로 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지만 그래도 '한 번 정도 이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며 "솔직히 우리가 정규리그 2위였으니까 부담도 적었고, 2년 전과는 다르게 재미있는 경기를 하자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밝혔다.
(아산=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28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WON 2023∼2024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작전회의를 하고 있다. 2024.3.28 [email protected]
또 그는 1승 1패로 맞서 시리즈의 분수령이 된 3차전을 포기할 뻔도 했다고 말했다. 3차전 2쿼터 한때 KB가 16점이나 앞서나갔기 때문이다.
위 감독은 "KB가 우리보다 4강 플레이오프를 좀 더 쉽게 통과해서 체력 차이가 그때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며 "그래서 좀 더 벌어지면 3차전은 버리고, 4차전에 초점을 맞출 생각을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16점까지 벌어졌던 경기를 12점 차로 좁히고 전반을 끝냈고, 위 감독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야, 이거 밀자"라고 총력전을 주문했다.
위 감독은 "3쿼터까지 해보고 못 쫓아가면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선수들이 3쿼터에 15점을 이겨서 경기를 잡았다"며 "KB에서 3차전 점수 관리를 좀 더 잘했으면 우리가 따라가지 못했고, 결국 우승도 못 할 뻔한 상황이었다"고 돌아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왼쪽)과 박혜진이 4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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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개막 전에는 플레이오프(PO) 진출도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위 감독의 전망이었다.
그는 "(김)정은이가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고, (박)혜진이는 시즌 개막 직전에 합류했다"며 "영입한 (유)승희는 첫 경기에서 무릎을 다쳐서 플레이오프에나 가겠나 싶더라"고 막막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특히 유승희에 대해서는 "우리 팀 와서 운동을 한 번도 안 쉬었는데 첫 경기에 다쳤다"고 안타까워하며 "같은 부위를 세 번 수술한 것이라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복귀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위성우 감독은 "제가 은퇴하고 여자농구에 온 지 벌써 20년째"라며 "우승도 많이 하고, 혜택도 많이 받았는데 저희 팀 우승도 중요하지만 저는 한국 여자농구가 다시 옛날처럼 잘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시야를 넓게 바라봤다.
"선수들을 잘 키워서 리그에서 이번 챔피언전처럼 재미있는 경기를 많이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위 감독은 "(박)지수나 (박)지현이 등의 기량이 좋을 때 올림픽에도 나가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한국 여자 농구의 국제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 4일 서울 성북구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즐겨 읽는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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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장소였던 우리은행 체육관 벤치에 형광펜과 함께 놓인 책이 한 권 눈에 띄었다.
제목은 '승리'를 뜻하는 'Winning'이었고 부제목은 '인생이라는 무자비한 레이스에서 가차 없이 승리하는 법'이었다.
함께 인터뷰한 박혜진이 "저 책을 밑줄 쳐가면서 읽으시는데, 연습 마치고 저 책 얘기를 하도 많이 하시는 바람에 끝나는 시간이 늦어져서 선수들끼리 '저 책을 어디다 숨겨놔야겠다'고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