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럭비' 장시원 PD "성공하기 힘들단 말 들어도 끌리면 도전" 12.19 16:00
'도시어부'·'최강야구' 이어 럭비 소재로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일본에 여행 가서 드넓게 펼쳐진 설원을 봤는데, 왠지 모르게 피 흘리면서 싸우는 전투가 머릿속에 그려졌어요. 그러다가 떠오른 게 바로 럭비였죠."
낚시, 군대, 야구 예능을 만들어온 장시원 PD가 럭비에 꽂힌 이유는 단순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스포츠였지만, 럭비 선수들에게서 연상되는 전투적인 느낌에 끌렸다고 한다.
장 PD는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럭비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미식축구와 같은 줄만 알았는데, 처음 가본 럭비 경기장에서 들었던 선수들의 "뼈와 뼈가 맞부딪히는 소리"에 매료됐고, 그렇게 럭비를 주제로 넷플릭스 시리즈 '최강럭비: 죽거나 승리하거나'(이하 '최강럭비')를 만들게 됐다.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장 PD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그 소재로는 성공하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며 "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최강럭비'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처음 공개된 '최강럭비'는 멤버 전원이 국가대표 출신인 에이스 팀부터 젊은 패기로 무장한 대학팀까지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7개 럭비팀이 치열하게 맞붙는 모습을 담아낸다.
장 PD는 "럭비는 생소하기도 하고, 규칙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은 스포츠였다"며 "많은 것을 알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럭비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세 가지 요소인 스크럼, 트라이, 킥 대결을 초반 회차에 몰아넣은 것도 경기의 기본적인 규칙을 시청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사실 야구도, 낚시도 깊게 들어가면 굉장히 복잡해요.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시작해 대중을 끌어들이고, 점점 심화해 나가는 게 제가 만드는 프로그램들의 특징이죠."
예능 '도시 어부', '강철부대', '최강 야구' 등을 만들어온 장 PD는 연출하는 데 있어서 순간을 포착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선수들 몸이 부딪힐 때의 소리를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초소형 마이크를 200여명의 선수에게 달았고, 선수와 감독, 코치진의 미세한 감정까지 잡아내기 위해 경기용 카메라 40대, 거치용 카메라 100대를 투입했다.
장 PD는 "'최강럭비'는 예능적 재미보다 럭비라는 스포츠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에 조금 더 중점을 둔 것 같다"며 "선수들의 캐릭터를 조금 더 살렸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남지만, 어느 정도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채널A에서 JTBC로 이적한 후, JTBC 산하 레이블 C1 스튜디오를 설립한 그는 '최강야구'와 '최강럭비'의 뒤를 이을 새로운 스포츠를 탐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제가 끌리는 걸 파고, 보는 사람도 좋아해 주길 바라는 단순한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며 "언제까지 잘 될 수는 없지만 제가 끌리는 것, 믿는 것을 해내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도시어부'를 하기 전에 잘 안될 것 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시작하기도 전에 실패한 사람이 된 기분이었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