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코치·감독·심판으로 6번째 올림픽 나서는 체조인 이주형

선수·코치·감독·심판으로 6번째 올림픽 나서는 체조인 이주형

2000 시드니 대회 평행봉 은메달리스트…심판으로 16년 만에 다시 올림픽행

국제 체조대회에서 동료 심판과 기념사진 찍은 이주형 교수(가운데)
국제 체조대회에서 동료 심판과 기념사진 찍은 이주형 교수(가운데)

[이주형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한국 체조사에 이주형(51) 공주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남긴 발자취는 뚜렷하다.

이 교수는 현재 국제체조연맹(FIG) 남자 기계체조 기술위원인 한윤수 경북대 체육교육과 교수, 이제는 여서정(제천시청)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여홍철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경희대 교수) 등과 더불어 한국 남자 체조의 르네상스를 연 세대다.

불모지에서 솟아난 황금 세대 덕분에 한국 남자 체조는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8회 연속 올림픽 단체전에 출전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평행봉 은메달 획득한 이주형 교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평행봉 은메달 획득한 이주형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교수는 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평행봉에서 은메달, 철봉에서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건 메달리스트다.

이 교수는 선수로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대회까지 세 차례 올림픽에 나갔고 국가대표팀 코치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국가대표 감독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각각 등장했다.

코치로는 김대은의 은메달, 양태영의 동메달(이상 개인종합) 획득에 기여했고 감독으로는 유원철의 평행봉 은메달을 일궜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체조
2004 아테네 올림픽 체조 '양태영 오심' 사건 때 기자회견 중인 이주형 코치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원한 올림피언인 이 교수는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7월에는 심판으로 16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다.

남들은 한 번도 나가기 어렵다던 올림픽에 무려 6번이나 초청받은 이 교수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광스럽다"고 웃으며 말했다.

엘리트 체조인의 길을 걸어온 이 교수는 대표팀 감독에서 물러난 뒤 대학 강단에 서고자 공부에 매진했다.

아울러 시야를 넓혀 국제 체조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체조인으로 활동하려고 국제심판 자격증도 땄다.

체조대표팀 감독 시절 유공자 표창 받은 이주형 교수
체조대표팀 감독 시절 유공자 표창 받은 이주형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교수는 2009년 FIG 주관 심판강습회에서 국제심판 자격증을 획득하고 국제대회 파견 자격에 도전했다.

그는 "대한체조협회 기술위원이 돼야 국제대회 심판으로 나갈 수 있다"며 "2015년 독일에서 열린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 FIG 월드컵 대회,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에서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심판이라고 모두가 올림픽에 초대받는 건 아니다.

FIG의 평가 기준에서 평균 이상의 좋은 성적을 유지해야 가능한 일로, 이 교수는 "2020 도쿄 올림픽에는 가지 못했는데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심판으로 갈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여러 신분으로 올림픽에 나간 만큼 그때마다 감회가 새로웠다고 이 교수는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선수 시절에는 지도자 선생님들이 열심히 지원해주시니 '내가 할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지도자 시절에는 성적도 내야하고, 선수 관리도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그러면서 그땐 내심 심판도 우리를 좀 도와주길 바랐다"고 떠올렸다.

심판석에서 포즈 취한 이주형 교수
심판석에서 포즈 취한 이주형 교수

[이주형 교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 심판으로 또 다른 올림픽을 맞이하는 이 교수는 "종목마다 바뀐 규정, 감점 경향 등 정보를 빠르게 잡아내 우리 선수들에게 전해줘야 한다"며 "다른 심판들과 만나 정보도 교류하며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올림픽 단체전 출전의 새 길을 낸 이 교수는 한국 남자 체조대표팀이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2개 나라가 출전하는 파리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놓친 것을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단체전 출전에 실패한 남자 체조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파리행의 문을 두들겼고, 이준호(천안시청)가 개인종합, 류성현(한국체대)이 마루운동에서 각각 출전권을 획득했다.

FIG가 출전국의 다양성을 보장하고자 배정하는 나머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몫 1장의 주인공은 5월 대표 선발전에서 결정된다.

국가대표 후배들과 기념사진 찍은 이주형 교수(가운데)
국가대표 후배들과 기념사진 찍은 이주형 교수(가운데)

[대한체조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인 자격으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고자 FIG 월드컵 시리즈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들과 이집트 카이로, 독일 코트부스,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한 달간 돌며 동고동락한 이 교수는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놓쳐 대표팀 지도자들이 스트레스로 참 많이 고생했다"며 후배들을 위로했다.

이어 "파리 올림픽에서는 류성현이 마루운동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는 편으로, 남은 기간 기술 난도를 상향 조정하고 착지와 같은 완성도를 가다듬는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 심판들도 류성현의 기량을 높게 칭찬한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FIG 기술위원인 한윤수 교수와 더불어 파리 올림픽에서 체조 외교와 정보 수집 최일선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어떤 종목의 심판으로 나설지는 올림픽 직전에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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