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프로야구 첫 흑자 구단을 향해…'스몰 마켓서 살아남는 법' 13시간전
2024시즌 팀 성적 하위권이었지만 구단 손익은 10개 구단 중 1위
이진만 대표 "올해 팀 역대 최다 관중…내년에는 성적도 잡는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프로야구 NC 다이노스는 2011년 창단해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팀이다.
경남 창원과 마산, 진해 등을 연고지로 하는 NC는 2013년 창단한 kt wiz에만 '형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연고지 인구도 약 100만명 정도로 사실상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
1천만명이 모여 사는 수도권 연고지 팀들은 물론이고, 지방 팀 중에서도 가장 '스몰 마켓'이 바로 NC인 셈이다.
게다가 NC 창단 이전에는 지금의 창원 지역이 롯데 자이언츠 연고지였기 때문에 지금도 NC 연고지에 롯데 팬들이 상당히 많다는 점도 특이하다.
NC는 2024시즌 KBO리그 홈 경기에 관중 74만9천명을 불러 모았다. 이는 팀 창단 후 최다 기록이다.
NC가 홈 70만 관중을 넘긴 것은 창원 NC파크로 이전한 첫해였던 2019년 71만명에 이어 올해가 두 번째다.
무엇보다 NC가 홈 평균 관중 1만명을 돌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연고지 인구 100명 중 1명꼴로 홈 경기가 있는 날에 야구장을 찾은 비율이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2024 프로야구 개막전 이튿날인 24일 창원NC파크에서 NC 팬이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NC다이노스에 따르면 개막전 당일 만원 관중, 이날 1만5천여명(전체 1만7천여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24.3.24 [email protected]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지만 10개 구단 전체로 따져보면 올해 관중 최하위가 NC일 정도로 '스몰 마켓'의 한계 또한 뚜렷한 것이 현실이다.
최다 관중을 동원한 LG 트윈스의 139만 7천명에 비하면 절반 남짓이다.
2020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신흥 명문'으로 향하는 길을 닦기 시작한 NC는 2022년 초에 이진만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성적과 마케팅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섰다.
이진만 대표는 넥센타이어 전략기획실장을 지냈으며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전문 경영인이다.
지난 23일 경기도 성남시 엔씨소프트 본사에서 만난 이진만 대표는 "스포츠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팀 성적"이라며 "구단 마케팅 차원에서는 팀 성적과 별개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팬 여러분께서 야구장에 왔을 때 경험과 효용을 극대화하실 수 있도록 여러 아이디어를 도입했다"며 "대부분 팀이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팬들이 입장할 수 있지만 NC는 선수들 연습 시간부터 별도 입장권을 크게 비싸지 않은 금액에 판매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보실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4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KBO 리그 SSG 랜더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에 앞서 선수단이 소개되고 있다. 2024.7.4 [email protected]
경기장 내에 미니 야구 경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팬들이 직접 NC 선수들을 상대로 투구 또는 타격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증강 현실(AR) 기술로 가상의 NC 선수들과 기념 촬영도 할 수 있게 했다.
입장권 역시 세분화해서 시즌권, 경기 당일권 외에 특정 상대 팀 경기나 특정 기간을 묶는 정기권, 경기 시작 후 일정 시간 경과 후에는 저렴한 가격에 입장권을 판매하는 식의 마케팅 전략도 시행 중이다.
이진만 대표는 "전직 메이저리거이자 방송인 김병현이 운영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도 야구장 안에 유치했고, 김병현 선수가 가끔 직접 와서 팬들과 만난다"며 "비시즌 야구장 시설 대관사업을 통해서도 수익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는 TV 인기 예능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한 '나는 홈런'이라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방영하거나 인플루언서 '우정잉'과 협업을 통해 야구팬 저변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2년 전에 300억원이 넘던 구단 적자 폭을 올해는 100억 조금 넘는 정도까지 줄였다"며 "모기업에 대한 재정 자립도가 80% 수준까지 올라왔는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사상 첫 흑자 구단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10개 구단 손익을 따지면 올해 1위가 바로 NC라는 것이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1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 대 NC 다이노스 경기. 7회말 선두타자 NC 4번 데이비슨이 안타(2루타)를 치고 있다. 2024.10.1 [email protected]
그는 무작정 허리띠만 졸라매고, 투자를 줄이는 방식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어느 종목이나 팀 성적이 전제되지 않고,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둘 수는 없다"는 이 대표는 "올해 저희 팀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것에 실망하는 팬 분들이 계신 것을 알고 있지만 팀의 기조는 선수들의 성장이 우선이고, FA 영입은 우승을 위한 마지막 한 두조각의 퍼즐을 맞출 때 하겠다"고 밝혔다.
NC는 2024시즌 61승 81패로 9위에 머물렀다.
이 대표는 "성적은 나빴지만, 하위권 성적에도 팀 사상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했을 정도로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고, 경기력 자체도 시즌 초반에는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지만, 시즌 막판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진 악재 탓이 컸다"고 분석했다.
2024시즌이 끝난 뒤 이호준 감독을 새로 선임한 이 대표는 "감독님도 우리 팀의 철학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셨다"며 "저나 단장님은 우승 도전까지 3년 정도는 필요하다고 봤는데, 감독님이 2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다고 보시더라"라고 2025시즌을 준비하는 의욕적인 팀 분위기도 전했다.
미국에서 공부한 이 대표는 5년 전에는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중계방송해설을 맡았던 독특한 이력이 있다.
이 대표는 "지금 NFL 최고의 스타가 패트릭 머홈스인데 이 친구 아버지가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출신이고, 머홈스 자신도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 농구, 풋볼을 다 잘했던 선수"라며 "그만큼 여러 근육을 쓰고, 여러 상황에 대처하는 연습이 잘 돼 있기 때문에 최고의 선수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단 직원들에게도 항상 '여러 종목, 여러 리그를 두루 보는 시각'을 강조한다"며 "어디라도 배울 점이 있으면 빠르게 받아들여 선진 명문 구단으로 발전하는 자양분으로 삼겠다"고 다짐했다.